과연 우리 앞 멀지 않은 곳의 모래언덕 위에 하얀 치마자락이 하나 기발처럼 나부끼며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. 꼭 내 옆의 줘마가 어느새 그곳에 달려가 서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화들짝 놀라 다시 왼쪽을 보니 줘마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그냥 내 옆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. 우리가 앉은 곳을 향해 달려오는 그 여인의 모습이 이 며칠 그냥 보아온 줘마의 아리따운 몸매만큼이나 내 눈에 너무 익숙한 몸매였고, 줘마와 꼭 같이 흰 치마를 입은 여인이였기 때문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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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여승은 앳되어 보이는 소녀였다.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볼그레한 볼, 도톰한 붉은 입술, 크고 선연한 흰자위와 까만 눈동자, 가늘고 긴 목덜미의 뽀얀 살빛, 처녀성이 눈부신 아름다운 용모였다. 배코 친 파란 머리와 헐렁한 잿빛 승복이 나의 속심俗心)을 공연히 안타깝게 할 뿐, 정작 두 여승은 여느 소녀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밝게 웃고 새처럼 맑은 목소리로 지저귀고 있었다. 절을 돌아보았다. 조촐한 절이었다. 대웅전 중창 불사로 절 마당이 어질러져 있다. 오래 된 장맛처럼 깊은 절 집의 여운이 울어 나게 고색창연한 대로 놔두지 않고 절 재정이 좀 나아졌다고 참을성 없이 불사를 벌이는 게 아닌지-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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뚝배기는 못생겼어도 침울한 기색이 없다. 어수룩하고 성의 있어 보여서 기탄없이 대할 수 있는 그릇, 따라서 사람을 보고 '뚝배기 보다 장맛'이라고 하는 것은 칭찬이다. 보기와 다르다는 말로서 그 사람을 재인식하고 호감이 갈 때나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.